북두의 권
소설책 서평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허블
소설책 서평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허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지구 밖 ‘마을’에는 성년이 되면 지구로 내려갔다 오는 성년식이 있다. 순례자들은 마을로 돌아오기도하고, 지구에 남기도 한다. 아직 나이가 되지 않은 데이지는 돌아온 순례자가 우는 모습을 보고 왜 지구에 가는지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한다. 아무런 차별도 없고 성애도 없이, 행복만 넘치는 완벽한 마을과는 달리 차별과 온갖 감정들이 뒤섞인 쓰레기통 같은 지구. 과연 어떤 곳이 더욱 아름다운 곳일까?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P52
「스펙트럼」
주인공 ‘희진’의 할머니는 최초로 외계인과 조우했다 주장하던 분이었다. 스카이 랩의 촉망받던 연구원이던 할머니는 우주에서 조난을 당해 한 행성에 도착하게 된다. 그곳에서 ‘루이’라 불리는 외계인과 함께한다. 3년~5년의 삶을 가지며 죽은 후 다른 육체에 루이의 영혼이 이어지게 된다는 믿음, 색채를 언어와 문자로 삼아 기록한다는 것을 알게 되며, 외계 생명체들과 우정을 쌓아간다.
오랜 시간이 지나 할머니는 지구로 귀환을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면서도 그들과의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가끔 희진에게 말을 전해주며, 그녀가 남긴 외계종족 언어에 대한 자료의 처분을 맡기며 눈을 감는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P96
우리가 미지의 존재와 만난다면 어떨까?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싸우거나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배척과 멸시가 아닌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서로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어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공생 가설」
아이의 옹알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해석할 수 없는 “에베레베~”등의 말을 하며 빙긋 웃기도, 울기도하는 조잘거림들. 그것이 혹시 지적생명체와 대화를 하는것이라면 어떨까?
자신들의 행성을 잃어버린 존재들이 몇만년을 거치며 인류의 어린시절과 함께 하며 선악의 가치관을 배운다는 설정의 이 이야기는 sf 소설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뇌에 자리 잡은 그들의 흔적. 막연하고 추상적이지만 끝내 지워버릴 수 없는 기억. 우리를 가르치고 돌보았던 존재들에 관한 희미한 그리움.” P141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오랜 세월을 견딘 우주 정거장을 점거하고 있는 노인인 ‘안나’를 회유하는 ‘나’는 여성과학자였던 안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족과 헤어진 이야기에 대해서 전해 듣는다.
우주 개척시대 ‘딥프리징’(냉동수면)기술을 연구하던 그녀는,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가족을 먼저 보낸 후 연구를 계속한다. 하지만 웜홀의 발견으로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항로가 막혀버리자 하염없이
정거장에서 우주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빛의 속도로도 족히 수만년은 걸리는 곳이지만, 구식셔틀을 타고 가며 그녀는 자신있게 이야기 한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P 182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누가 봐도 실패할 것이 자명한 선택이지만, 가장 소중한 존재의 흔적을 찾기 위해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감정의 물성」
감정을 눈으로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다는 ‘감정의 물성’이라는 제품이 인기를 끌게된다. 주인공인 ‘정하’는 이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일반적인 초콜렛과 같지만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한다. 연인 보현마저 우울한 제품에 빠지자 사람들이 왜 우울, 분노, 증오와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구매하는지에 대해 다투게 된다. 결국 자리를 떠난 연인의 빈자리에서 정하는 남아있는 감각을 느껴보려한다.
“나는 순간 보현을 위로할 수 있는 어떤 언어도 나에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가슴속에서 빠져나가버린 듯 싸늘했고, 나는 그게 생각이나 관념이 아닌 실재하는 감각임을 알았다.” p218
「관내분실」
죽은자와 대화를 하는 것과 같이 생동감이 넘치는 홀로그램 시스템 ‘마인드’가 있다. 이것을 저장하는 도서관에서 주인공 지민은 어머니 은하의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사서들의 말에 의하면 삭제가 된 것이 아닌 ‘관내분실’. 임신 8주차의 지민은 어린시절을 더듬어 가며 자신이 알고 있던것과 다른 엄마의 모습을 알게 된다.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때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부모-자식 사이에도 각자의 세계와 상황이 단편적으로만 서로를 보게 만든다. 온전히 이해 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어쩌면 관계성이 끝난 이후에 새롭게 이해가 되는 것들도 있지 않을까.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48세의 여성과학자로서 미혼모이며, 귀에 장애가 있으며, 동양인 여성이라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우주인 후보 최재경이 있었다. 힐난에도 불구하고, 18개월의 신체 개조 과정을 통해 우주 너머로 가기 위해 적합한 몸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우주로 가지 않고 바다로 향했다.
세간의 비난은 더욱 부풀었지만 금세 사그러들었다. 하지만 그녀를 쫓아 우주비행사가 된 가윤은 재경이 버린 자리에서 새로운 세상의 지평을 연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
남겨진 자는 떠나간 자들을 항상 그리워한다. 그리고 흔적을 통해 기억하고 마음을 상기시킨다.
언젠가 그런 노력들마저도 희미해져가겠지만,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끊임없이 기억하고 찾으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런지.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지, 내가 지배하는 것인지 알수 없어, 그것의 실체를 손으로 느끼고 싶어하는 연인과 다툰 후, 연인이 떠난자리에서 그녀를 느껴보는 「감정의 물성」이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항해를 나선 노인이라던가 모두 상실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철학적 감정을 과학적으로 해석한 작품
감정이라는 철학적 부분을 SF라는 과학적 소설 장르로 해석함으로서 새로운 시도를 해냈다. 우주 대전쟁, 타임루프 등의 역사를 거스르는 거대한 장치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SF소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으로 우주개척, 우주선을 타고 나가는 시기 등을 배치하며 주요 소재로 삼지 않았다. 전체적 주제인 관계성의 회복과 사람들과의 공생관계, 이해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보조적 도구로서 활용할 뿐이다. 공상과학소설이긴 하지만 결국, 작가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수자들이 이끌어가는 서사
이 책의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사회에서 배척 받는 존재들이다. 미혼모에 나이가 많아 비난을 받은 여성과학자(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외계인(스펙트럼), 노인(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 그러나 굴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향하여 전진해 나간다. 작가는 소외받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배치함으로서 사회적 시선으로까지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차별에 대항하여 이해와 공생을 할 수 있는 관계를 우리는 어쩌면, 아주 오랜시간이 끝난 후에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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