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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뷰를 합니다./서평

숨그네 헤르타 뮐러 살아남는다는 것은.

by 아멜리아Amelia 2020.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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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북두입니다. 오랜만에 들고오는

책 리뷰입니다. 오늘은 '헤르타뮐러'의 '숨그네' 입니다. 

숨그네
국내도서
저자 : 헤르타 뮐러(Herta Muller) / 박경희역
출판 : 문학동네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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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읽었던 김애란 작가의 「잊기좋은이름」
중에서 나온 책입니다. 저자의 책에 나올 
만큼의 책이라면, 어떤 책일까 무척 궁금했죠.

헤르타뮐러는 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입니다. 「저지대」를 시작으로 파격적인
글을 쓰며 독일의 대표적 문학가로
성장했습니다. 
  

 

헤르타뮐러, yes24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페이지를 넘기며 생각
했습니다. '아, 쉽게 읽힐 책은 아니구나.'

350여 페이지 되는 책이지만, 한장 한장에 
새겨진 글들은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인 '나'는 동성애자로 어떤 이와의 

사랑을 나눈 죄로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17세의 작센 족(독일계) 소년입니다. 

 

늘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고 싶던 호기심 많은
'나'는 강제수용소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꿈과 희망이 사라져갑니다. 


천진난만한 소년이 살아남는 것으로 삶의 목
적이 바뀔 때 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심장삽에 기댄 5년여간의 수용소에서의 생활은
죽음으로 인도하는 '배고픔'과의 싸움과도
같았습니다. 

 

수용소의 삶이 끝난 후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평생을 수용소의 기억이 나를 
따라다닙니다.

루마니아 독재 치하에서 비밀경찰이 되기를
거부하고 독일로 망명했습니다. 그 이후 
자신처럼 망명한 시인이자 실제 수용소 생존
자인 오스카 파스티오르의 구술을 토대로 
작품을 썼습니다. 

자료수집차 오스카 파스티오르와 함께 그가
겪은 실제 수용소를 방문한 대목이 나오는데요.
어린아이처럼 그 시절을 그리워 했다는 시인
의 이야기처럼 실제 수용소에서 경험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을 담담히 녹여
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나'는 할머니의 말 한마디만을 
마음속의 기둥으로 부여잡고 고된 수용소 
시기를 버텨냅니다. 잡혀가기 전에는 그 말의
의미를 모르지만요. 

 

바로 거기, 가스계량기가 있는 나무복도에서 
할머니가 말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 
그 말을 작정하고 마음에 새긴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수용소로 가져갔다. 
그 말이 나와 동행하리라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그런 말은 자생력이 있다. 
그 말은 내 안에서 내가 가져간 책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는 심장삽의 공범이 되었고, 
배고픈 천사의 적수가 되었다. 
돌아왔으므로 나는 말할 수 있다. 
어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p17


17세의 어린 청소년에게 강제수용소의 삶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던 나에게 이곳은 지옥과 같았
습니다. 

 

집에서 가져온 책은 수용소에서 한 번도 읽지 않았다. 
종이는 엄격하게 금지되었고, 첫해 여름의 반을 보낼 때까지
책들은 막사 뒤쪽 벽돌 밑에 숨겨두었다.
그리고 헐값에 팔아치웠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담배 마는 종이가 되어
50장에 소금 1되를  받았고, 70장에 설탕 1되를 얻은 적도 있었다. 
페터 시엘은 아마포로 표지를 씌운 ‘파우스트’를 가져가고
양철로 참빗을 만들어주었다.  
지난 8세기 동안의 시를 엮은 선집으로는 옥수수가루와
돼지기름을 먹었고, 바인헤버가 쓴 얇은 책은 좁쌀로 둔갑했다.
그러다보면 예민하다기보다는 민첩해 질뿐이다. 
p131, 

 

세기의 문학들은 담배종이와 각종 생활도구로
변할 뿐입니다. 수용소는 살아남기에도 버거운
곳이지요. 인간의 가장 최저의 의무 '살아남기'
만을 요구합니다. 

죽어가는 아내의 스프를 훔쳐먹는 남편,

모자르기 때문에 사랑을 받는 경비,

일그러지고 못생겼지만 그럼에도 음식을

나눠주기에 천사로 생각되는 배급원

세상의 아름다움만을 보던 소년에게 수용소는
잔인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겪은 다양한
인간군상들은 그의 남은 삶을 파괴시키고, 
그 기억에 평생을 부여잡히게 됩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담담하지만 수용소의 
아픔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올것

이라는 말 한마디를 부여잡고 종국에는 

다시 돌아온다는것. 말의 힘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됩니다. 

 

수용소 이후의 삶에서 희망을 찾거나 하진
못합니다. 문득 몰려오는 공포에 힘겹게 

살게 됩니다.  

 

그래도 살아간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잘 알지 못하던
루마니아의 강제 징용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던 부분 역시 같은 아픔을 가진 우리
들은 더욱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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