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do 의 권(勸)
사실은 일보다 사람의 관계
여러분들께서는 근무할 때 어떤 점을 가장 많이 보시나요? 저의 경우에는 일의 강도보다는 사람간의 관계를 주요하게 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라는 이야기가 있듯,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면 돈을 많이주고, 일이 편해도 회사를 다니기 싫기 때문입니다. 요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풍조입니다. 하지만, 하루의 1/3 이상을 보내는 공간인 회사는 또 하나의 작은 사회입니다. 여러분이 지내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여기 회사를 다니는 분들이라면 굉장히 익숙할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입니다.
당신은 축의금을 얼마나 하시나요?
사실 이 소설은 알랭 드 보통의 2012년 에세이집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 덕분에 필자가 소설의 읽으면서 재미난 일이 있었습니다. 에세이를 소설집이라고 착각하고 본 것입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이름이 겹치는 경우를 본적이 없기에 가장 위의 책을 보았죠. 이걸 반쯤 읽다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찾아보니 한국 작가였었죠. 읽으면서도 허탈했지만, 좋은 책을 한권 더 읽은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그것도 리뷰할 예정이에요.^^)
<잘 살겠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다소 낮음>, <도움의 손길>,<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새벽의 방문자들>,<템페레 공항> 총 8편의 중,단편 소설들이 들어 있습니다.
회사를 다녀 경험이 있는 듯한 생생한 소설의 이야기들이 읽어갈 수록 공감을 자아냅니다. <잘 살겠습니다>의 경우 '친하지 않은 동료에게 얼마만큼의 축의금을 주어야 하는가.'란 질문 속에서 사회적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구제와 내가 하객 명단을 만들 때 세운 기준은 '이 사람이 결혼한다면 내가 기꺼이 결혼식에 갈 것인가?'였고, 그 기준에 빛나 언니는 전혀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첩장을 줄지 말지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잘 살겠습니다> p9
"빛나 언니에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잘 살겠습니다> p28
하객의 입장이나 초대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었을 때 겪는 간단한 고민이지만, 그것이 오는 기저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누군가를 축하한다는 순수한 마음보다 내가 돌려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는 것은 이 사람과 나의 관계성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게 합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일의 기쁨과 슬픔>은 회사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미묘한 관계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고거래판매앱을 만든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나'가 스팸수준으로 글을 올리는 '거북이알'을 사기꾼인지 아닌지, 확인하면서 이뤄지는 일을 다루고 있는데요. 대표자의 지시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는 점에서 회사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냅니다.
사실 회사에서 울어본 적이 있다. 거북이알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케빈의 한숨 소리가 너무 신경 쓰여서 찰나의 순간만큼 짧게 운 적이 있었다 .
<일의 기쁨과 슬픔>p58
회사에서의 생활은 힘들지만, 소소한 즐거움으로 또다시 힘을 냅니다. 이른바 워라밸의 중요성이지요.
공휴일과 주말, 그리고 아껴둔 연차를 하루 붙여서 삼박 사일을 놀고 공연도 볼 것이다. 항공권 예매 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홍콩행 왕복 티켓을 결제했다. 조금 비싼거 싶었지만 오늘은 월급날이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p63
마무리
작가의 톡톡 튀는 문체로 다소 가볍게 소설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가진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일의 어려움은 헤쳐 나갈 수 있지만 결국, 일도 사람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각각의 중,단편 소설들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지만 책장을 덮고 난 후, 이야기 주인공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희노애락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겠지요.
작가인 장류진은 1986년에 태어나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입니다.
신인이라 하기엔 넘치는 역량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더욱 기대가 되는 작가라고 해야 할까요.
이미 베스트 셀러에 올라가 있지만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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