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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뷰를 합니다./서평

여행의 이유 김영하 에세이 - 당신이 떠나야할 이유.

by 아멜리아Amelia 2020.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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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두의 권

 



여행의 이유 김영하 에세이 - 당신이 떠나야할 이유.

 




 당신은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여러분은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필자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여행은 어디론가 멀리 떠나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여행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행에 대한 에세이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빛의제국』, 『검은꽃』, 『살인자의 기억법』등으로 잘 알려진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 입니다. 

 

총 9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200P 정도의 짧은 책입니다. 작가 특유의 흡입력 있는 필체가 산문에도 잘 녹아있어 읽는 내내 술술 넘어갑니다. 그리고 읽고나면 여행에 대한 뽐뿌(?)가 올라오는 책입니다. 

특히, 이 책은 공백의 책단장의 시크릿 책 모임을 참가한 후 다시 읽게 된 책인데요.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다시 읽었기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살아가면서 가끔씩은 맛보지 않으면 안 되는 반복적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는다거나, 철저히 혼자가 된다거나, 죽음을 각오한 모험을 떠나야한다거나, 진탕 술을 마셔야 된다거나 하는 것들.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이런 경험을 ‘복용’해야, 그래야 다시 그럭저럭 살아갈 수가 있다. 오래 내면화된 것들이라 하지 않고 살고 있으면 때로 못 견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이런저런 합리화를 해가며 결국은 그것을 하고야 만다.

김영하여행의 이유-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문학동네, 2019, 55p

 

가끔씩 맛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경험이 무엇이 있을까요. 잠시 생각해 봅시다. 제겐 무의미하게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시간, 한강변에 우두커니 앉아서 멍하게 있는 것. 가끔은 미친 듯 옷을 다 꺼내 개고, 청소를 하는 것.. 훌쩍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는 것도 주기적으로 가져야 합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일상의 상처에서 멀어질 수 있는 시간들을 갖는 것역시 작은 여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왜 여행을 떠날까요?

 

저자는 책에서 DNA에 방랑의 속성이 새겨져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평상시를 이겨낼 힘을 여행에서 얻어내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 생각해요. 일상의 부재, 그 속에서 잠시나마 얽혀있는 것들을 버리고 자유로움을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쌓아갑니다. 일상에 있어서 작은 취미를 가지는 것, 운동을 하는 것 일상의 작은 일탈 모두가 모두 평소를 살아가기 위해 에너지를 쌓아가는 고용량 휴대전화 배터리의 느낌이라면, 여행은 콘센트에 꽂혀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죠. 삶에 있어 여행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일상은 파도처럼 밀려온다. 해야 할 일들, 그러나 미뤄두었던 일들이 쌓여간다. 언젠가는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들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통제력을 조금씩 잃어가는 느낌에 시달리곤 한다. 조금씩 어떤 일들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생긴다. 옆집이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 너무 시끄러워진다거나 하는 일들. 우리는 뭔가를 하거나, 괴로운 일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여행자는 그렇지 않다. 떠나면 그만이다. 잠깐 괴로운 뿐 영원히 계속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여행으로 돌아가다』, 문학동네, 2019, 203p

 

여행을 한다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낯선 공기와 분위기, 삶의 흐름을 엿보는 것. 여행을 떠났을 때, 우리는 외부자로써 군중들의 그 곳의 현재를 보게 됩니다유적지를 갔을 때에도 몰락한 왕조의 과거를 보게 될 때그 당시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 있는 현재의 흔적만을 쫓습니다이렇듯 여행은 끊임없이 현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그리고 지금을 보지 못하는 우리에게 살아가고 있는 시간의 타임라인을 보여주고 있지요과거의 경험과 오지 않을 미래 앞에서 여행의 경험은 돌아가 일상에서의 현실을 담아낼 힘을 얻습니다.

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 경험하기도 하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기도 한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디론가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오직 현재』, 문학동네, 2019, 81p-82p 

 

 외부자로서 잠시 살아본다는 것.

 

여행을 할 때 느끼는 가장 즐거운 것은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고 그것을 본다는 점일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것, 사회적 관계와 위치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하고싶은대로 할 수 있는 점은 여행이 아니고서는 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는 즐거움을 위해 우리는 여행을 원하는 이유입니다.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더 명료해진다. 세계는 엄연히 저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김영하여행의 이유-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문학동네, 2019, 117p

 

작가의 생각이 조금 아쉬운 대목입니다.. 때로는 가보지 않고 정보를 통해 아는 것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요즘 구글이나 서점에만 가도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차고 넘치니까요. 작가의 말처럼 그 곳에 갔다하여 그것을 모두 다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행은 아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입니다. 알고자 하는 것보다 직접 맞닿고 경험해보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결국, 여행자는 그들의 삶의 외견만을 관찰만 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다시 돌아가는 손님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행자는 낯선 존재이며, 그러므로 더 자주, 명백하게 분류되고 기호화된다. 국적, 성별, 피부색, 나이에 따른 스테레오타입이 정체성을 대체한다. 즉, 특별한 존재somebody가 되는 게 아니라 그저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여행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자’, 노바디nobody일 뿐이다.

김영하여행의 이유-노바디의 여행문학동네, 2019, 155p

 

여행을 하다보면 타인의 삶에서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이 느끼는 경우가 생기죠. 하지만, 그것은 단 찰나일 뿐입다. 나는 잠시 잊은 것 뿐, 결국은 국적과 민족에 속해 있죠. 평소엔 필요 없는 여권이 타국을 여행하게 되면 나를 인증하는 유일한 존재가 됩니다. 결국 특별해 보이지만 여행지 안에서 개인으로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죠.

그러한 사실을 깨닫게 될 때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마무리

 

여행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 줄 소중한 매개체가 됩니다. 수렵민족에서 농경민족으로 삶의 변화가 이어졌어도 핏속에 흐르는 떠남의 욕구를 버리기는 어렵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떠나야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여행 속에서 일상의 여유를 다시 찾을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라 합니다. 

평소의 삶이 지루하시거나, 삶이 고단한 분들이시라면 잠시나마 떠날 수 있게 힘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 2019, 214P, 13,500원


여행의 이유
국내도서
저자 : 김영하(Young Ha Kim)
출판 : 문학동네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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